사진=입시 관련 AI 생성 이미지

2026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마무리된 가운데, 입시 판도는 ‘간판’보다 ‘합격’과 ‘실익’을 쫓는 실용주의적 흐름이 지배했다. 불수능의 여파와 의대 모집 인원 변동이라는 대형 변수 속에서 수험생들은 서울권 대학에 무리하게 도전하기보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분산 지원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지원자 5년 만에 최저... '초양극화'된 지원 전략

가장 큰 변화는 최상위권의 상징인 의과대학에서 나타났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대 정시 지원자는 7,125명으로, 의료 인력 양성 체계가 학부로 전환된 2022학년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모집 정원이 지난해 1,599명에서 올해 1,078명으로 32.6% 축소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눈여겨볼 지표는 지원 지역의 변화다. 서울권 의대 경쟁률이 3.80대 1로 하락한 반면, 경인권은 7.04대 1, 지방권은 8.17대 1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수능 난도가 높았던 상황에서 서울권 의대 합격이 불투명해진 수험생들이 재수를 피하고자 지역 의대로 하향 안정 지원하는 '합격 실리' 전략을 취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성균관대(4.87대1), 연세대(4.38대1), 고려대(4.33대1) 등 주요 의대는 오히려 경쟁률이 상승하며 극최상위권의 소신 지원 성향도 동시에 나타났다.

채용형 계약학과, 올해도 최상위권 자원의 '정거장' 되나?

2026학년도 채용형 계약학과는 평균 경쟁률 9.19대 1을 기록하며 전년(6.4대1) 대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삼성SDI와 협약해 올해 신설된 성균관대 배터리학과는 다군 모집의 이점을 살려 46.17대1이라는 압도적인 경쟁률을 보였으며, 한양대 반도체공학(11.8대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9대1), 고려대 반도체공학(7.47대1) 등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계약학과의 높은 이동성이다. 지난해 정시에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322.2%,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10%,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96%의 기록적인 충원율을 보였다. 이는 최초 합격자 상당수가 의대로 연쇄 이동했음을 시사하며, 올해 역시 의대 정원 축소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계약학과를 ‘보험’으로 활용하는 흐름을 강화해 합격선 변동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In 서울' 신화의 균열... 비수도권의 역습

전체 대학 지형에서 ‘In 서울’ 선호가 한풀 꺾였다. 진학사의 분석 결과 서울 지역 대학 지원자는 전년 대비 1,500여 명 감소하며 경쟁률이 5.96대1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은 지난해 3.96대1에서 올해 5.33대1로 크게 치솟았다. 특히 강원권(6.22대1)과 대구·경북권(5.59대1)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무리한 상향 지원보다 합격 안정성이 높은 지역 거점 대학으로 눈길을 돌린 결과로 해석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정시 판도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입시 구조의 변화와 수험생의 심리적 기제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의대 지원자 감소의 배경으로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 의대 모집 정원이 대폭 확대돼 올해 N수생 의대 지원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크다”고 짚으며,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인지는 금년도 정시 추가합격 상황과 내년도 입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상승한 비수도권 지역 경쟁률을 두고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난도가 높았던 만큼 무리한 상향 지원보다는 합격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이번 흐름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2026학년도 정시는 어려운 수능 난도와 좁아진 의대 문턱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수험생들이 ‘안정적인 합격’과 ‘보장된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해였다. 향후 발표될 추가 합격 규모와 이동 경로에 따라 각 대학의 최종 입결과 내년도 입시 전략 역시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