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정시 모집 환경이 유례없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단순 표준점수의 총점 비교만으로는 합격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진 ‘계산법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올해 정시는 국어와 영어의 난이도 폭발, 자연계 수험생의 탐구 선택 변화, 그리고 대학별 산출 방식의 다변화가 맞물리며 점수 자체가 아닌 ‘대학이 점수를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영어 1등급 3.11% ‘쇼크’… 등급 간 환산점수가 당락 결정

올해 수능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상대평가 체제의 1등급 비율인 4%보다도 낮은 수치로, 현장에서는 ‘용암 영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큼 수험생들에게 가해진 타격이 컸다.

이러한 ‘영어 쇼크’는 정시 구조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우선 수시 모집에서 영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탈락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수시 이월 인원이 예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실질 반영 방식이다. 영어 반영 비율이 10~15% 수준으로 낮아 보여도, 대학별 등급 간 환산점수 격차에 따라 영향력은 천차만별이다.

연세대의 경우 영어 1등급과 2등급 사이 점수 차가 5점에 달한다. 국어·수학·탐구에서 이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다. 영어 2등급 수험생에게 연세대는 단순히 불리한 대학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피해야 할 ‘위험 지역’이 된다.

이와 다르게 성균관대는 영어 1, 2등급 간 점수 차를 0.5점 내외(가군 기준)로 설정했다. 영어에서 한두 등급의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국어·수학 성적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이처럼 영어 등급 분포가 급격히 좁아진 상황에서, 대학별 환산표는 지원 흐름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 영어 성적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수험생이 특정 대학군으로 쏠리는 지원 편중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계 15.9% ‘사탐런’… 탐구 가산점이 만든 새로운 진입장벽

탐구 영역에서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대입 구조의 근간을 바꾸고 있다. 모의지원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자연계열 학과 지원자 중 사탐 2과목 응시자 비율은 15.9%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도(3.7%) 대비 4.3배 급증한 수치다. 사탐과 과탐을 섞어 응시한 인원까지 포함하면 자연계 지원자의 40.3%가 사탐 응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학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계열 방어에 나섰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자연계열에서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3% 가산점을 적용하며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반면 성균관대의 경우 의예·약학 계열, 중앙대 일부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과학탐구에 5% 내외의 가산점을 부여해 사실상 사탐 응시자의 최상위권 자연계 진입을 제한하는 구조를 택했다.

일부 대학은 자연계열 학과에 최대 10%의 높은 과학탐구 가산점을 부여해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확실한 우위를 보장한다. 이 경우 사탐 고득점으로 과탐 가산을 만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탐구 과목 선택이 전략을 넘어 합격의 전제 조건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사탐런’이라는 하나의 선택이 대학별 가산점 구조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장벽이 되기도 할 것이다.

‘두 번 계산’하는 다변화된 산식

올해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전년 대비 8점 급등하며 수학(139점)의 영향력을 압도했다. 이로 인해 국어 성적에 따라 대학별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반영 방식을 이원화한 대학들이 주목받고 있다.

서강대와 성균관대가 대표적이다. 국어 강점형과 수학 강점형을 각각 계산해 높은 점수를 채택한다. 이 구조에서는 특정 과목이 강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어 고득점자와 수학 고득점자가 같은 모집단위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합격선의 변동 폭도 커질 수 있다. 정시가 ‘한 번의 계산’이 아니라 ‘여러 번의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산식 다변화가 개별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어 고득점자가 A/B 유형을 통해 유리한 반영식을 선택하더라도, 영어 등급 환산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거나 탐구 가산점에서 불리해질 경우 최종 점수는 예상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영어 2등급이라는 약점을 가진 수험생이더라도, 국어 고득점과 탐구 가산점이 맞물리면 상위권 대학 합격선에 근접하는 사례도 충분히 가능하다.

즉 2026학년도 정시는 국어·수학·영어·탐구를 각각 따로 판단하는 방식으로는 실제 합격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나의 영역에서 발생한 손익이 다른 영역의 산출 결과와 연쇄적으로 결합되며 최종 점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점수표를 나열해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학별 산식에 자신의 성적을 ‘대입’해보는 과정이 필수다.

점수 경쟁을 넘어 최적화 경쟁으로

결국 2026학년도 정시는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을 넘어, 대학별 수능 반영 방식과 환산 구조를 끝까지 따져보는 ‘지략의 싸움’이 되었다. 대학별 반영식이 유리하게 설계된 곳일수록 지원자가 집중되고,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시에서는 실시간 경쟁률과 수시 이월 규모를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이 제시한 변환표준점수, 가산점, 영역별 반영 비율 속에서 자신의 성적표가 어디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갖는지를 찾아내는 과정이 합격의 핵심이 된다. 2026학년도 정시는 점수를 쌓는 경쟁이 아니라, 점수를 가장 비싸게 쳐주는 곳을 찾는 최적화 경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