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의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사탐(2과목) 응시자 비율 (자료제공=진학사)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이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실제 대입 지원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 결과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17일 2025~2026학년도 서울 주요 13개 대학의 정시모집 모의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자연계열 학과 지원자 중 사탐 2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15.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3.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12.2%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1년 사이 약 4.3배 늘어난 규모다. 사탐과 과탐을 1과목씩 섞어서 응시한 수험생까지 포함할 경우, 자연계 지원자 중 사탐 응시 경험이 있는 비율은 40.3%에 달한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입시 요강 변경이 지원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홍익대학교는 지난해까지 자연계열 지원 시 사탐 응시자의 지원을 제한했으나, 올해부터 이를 허용하면서 사탐 응시자 비율이 0%에서 26.4%로 폭증했다.

사탐 2과목 응시자의 자연계 지원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숙명여대로, 지원자의 27.1%가 이에 해당했다. 이어 홍익대(26.4%), 건국대(25.2%), 서울시립대·동국대(20.5%), 한양대(18.2%), 서강대(17.7%), 이화여대(17.1%) 순으로 나타났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해당 비율은 각각 9.1%였다.

한편 과거 입시의 주요 변수였던 과학탐구 응시자의 인문계열 지원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 소재 주요 15개 대학 기준으로 과탐을 1과목 이상 응시하고 인문계열에 지원한 비율은 전년도 30.8%에서 올해 20.5%로 10.3%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자연계 성향의 상위권 학생들이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탐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고득점을 확보한 뒤, 원래 목표였던 자연계열 학과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과거에는 과탐을 본 자연계 학생이 인문계 학과로 교차지원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다면, 올해는 사탐을 선택한 자연계 성향 학생들이 사탐 응시를 허용하는 자연계 학과로 지원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며 "탐구 과목 선택이 합격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