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배부되면서 대입 정시 모집의 막이 올랐다. 올해 입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변별력의 이동'과 '선택지의 변화'다. 국어·영어의 난도가 치솟고 수학은 소폭 하락하며 점수 구조가 바뀐 가운데, 이과생들의 '사탐런'과 다군 모집 대학의 변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단순 총점 계산을 넘어 대학별 유불리와 군별 조합을 치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 국어 147점 vs 수학 139점... ‘수학 믿고 버티던 시대 끝’
올해 정시 판도를 뒤흔든 첫 번째 요인은 '국어'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전년 대비 8점이나 급등했다.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전년보다 1점 하락했다.
이는 작년까지 수학 고득점이 국어 실수를 만회하는 구조였지만, 올해는 국어 표점이 수학을 압도하면서 국어를 잘 본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진학사 우연철 소장은 "올해 최상위권 당락은 '수학 실수를 국어가 얼마나 커버하느냐'가 아니라, '국어 고득점 여부'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 '영어 1등급 3%' 쇼크의 나비효과... ‘정시 모집 경쟁 치열’
올해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 전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시 모집에서 영어 등급으로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려던 수험생들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입시 업계에서는 수시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시 탈락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 모집으로 이월되는데, 올해는 이 규모가 예년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시 선발 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호재지만, 수시에서 밀려난 상위권 N수생들이 정시 경쟁에 대거 합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시 지원 시 대학별 영어 감점 폭 확인은 물론, 최종 확정된 모집 인원을 반드시 확인인해야 한다.
◇ 탐구 영역, 표점 말고 '변표' 확인하라
이과생들의 '사탐런' 열풍으로 성적표에 적힌 점수만 믿고 지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국어·수학은 성적표상의 표준점수가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탐구 영역은 '변환표준점수'라는 별도의 셈법이 적용된다. 주요 상위권 대학은 탐구 과목 간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를 없애기 위해, 백분위를 바탕으로 대학이 자체 산출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다.
선택한 과목의 표준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대학 자체 변환식을 거치면 점수가 깎일 수 있다. 반대로 표준점수가 낮아도 백분위가 유리하다면 점수가 보정될 수 있다. 특히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 가산점' 부여 여부까지 겹치면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탐런 응시자는 대학별 변환표준점수 발표 후 유불리를 정밀하게 따져야 하며, 인문계열 교차지원 시에도 이 변환 점수가 합격선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나·다군 황금 조합 찾아라"... 다군 상위권 진입 '주목'
정시 지원의 핵심은 가군, 나군, 다군 3번의 기회 배분이다. 수험생은 군별로 각 1회씩 총 3장의 원서만 낼 수 있으며, 동일 군 중복 지원은 불가능하다.
특히 '다군’의 경우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상위권 대학이 다군에 모집 학과를 신설하거나 이동하며 진입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상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다군의 경쟁률과 충원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가·나군에서 소신·적정 지원을 했다면, 다군에서는 경쟁률 폭발과 충원율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학별 전형 일정(가→나→다군 순)과 마감 시간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시 원서 접수는 12월 29일부터 2026년 1월 14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