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연재에서는 감정이 아이의 뇌 발달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공감은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다뤘습니다. 또한 감정코칭 5단계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감지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하며 해결로 이끄는 실천법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상 속에서 감정코칭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을 살펴봅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감정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감정코칭의 핵심이자 이유가 될 것 입니다. 특히 '꾸중, 칭찬, 사과'는 감정코칭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순간입니다.

제대로 꾸중하기 - here & now

“왜 또 그래?” “너는 항상 문제야.”
부모가 아이에게 던지는 꾸중의 말에는 종종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순간, 훈육은 방향을 잃고 감정적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아이는 꾸중을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감정을 실은 상태에서 꾸중을 하면, 그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뇌는 논리보다 생존에 먼저 반응하기에, 꾸중의 내용은 흘려버리고 부모의 표정과 목소리의 톤만 기억하게 됩니다. 특히 감정이 실린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아이의 성격이나 인격을 비난하거나, 과거의 일을 끄집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훈육의 본래 목적을 흐리게 만듭니다.

감정코칭에서 말하는 ‘제대로 된 꾸중’은 감정을 다스린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꾸중의 목적은 어른의 감정을 해소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정하도록 돕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이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here & now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꾸중을 시작하기 전에 어른 스스로가 ‘이 행동이 왜 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납득 가능하게 아이에게도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고, 아이는 감정을 방패 삼지 않고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꾸중을 할 때는 아이의 눈을 마주 보며 짧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상황에서 네가 할 수 있었던 다른 방법은 뭐였을까?”라고 묻는 것으로 아이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제대로 칭찬하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래가 진짜로 춤을 출 수 있게 하려면 칭찬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아이를 향한 칭찬은 자존감을 세우고, 긍정적 행동을 강화하는 강력한 심리적 도구입니다. 그러나 칭찬이 늘 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독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넌 천재야!”, “넌 똑똑하잖아” 같은 말은 당장 듣기엔 좋지만, 아이에게 부담이나 왜곡된 자아개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천재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면 죄책감과 위축이 생기고, 반대로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자만이나 무감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칭찬이 자칫하면 ‘결과만을 위한 보상’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나치게 칭찬에 민감한 아이는 행동의 이유가 '과정'이 아니라 '칭찬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다독왕의 오류'라 불리는, 보상을 기대하고 칭찬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왜곡된 학습동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칭찬이 아이에게 진짜 힘이 될까요?
핵심은 결과보다 과정, 능력보다 노력, 성격보다 행동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했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해본 게 멋졌어", "어려운 문제였는데 끝까지 고민했구나"처럼, 아이의 태도와 선택에 초점을 맞춘 칭찬은 아이의 내적 동기를 키우고, 자기효능감을 높입니다.

또한 칭찬의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행동이 일어난 직후, 구체적 이유와 함께 칭찬을 전해야 아이는 자신의 행동과 긍정적 피드백을 연결지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이거나 지나치게 빈번한 칭찬은 오히려 칭찬에 대한 민감도와 반응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좋은 칭찬은 아이가 “나는 노력한 사람이야”, “나는 해낼 수 있어”라는 자기 인식을 갖게 합니다. ‘기분 좋은 말 한마디’가 아니라, ‘성장을 이끄는 말 한마디’가 되어야 진짜 칭찬입니다.

먼저 사과하기

감정코칭에서 ‘먼저 사과하기’는 아이가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도록 이끄는 심리적 기제이자 관계 회복의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히 부모나 교사가 실수했을 때,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른이 먼저 사과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내가 어른인데…”, “아이에게 기가 죽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정코칭 관점에서 볼 때, 먼저 사과하는 행동은 권위를 잃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책임지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아이에게 안전감과 존중받는 경험을 줍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고 해봅시다. 이후 아이가 위축되거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른이 먼저 “아까 내가 소리 질러서 놀랐지? 미안해. 엄마(아빠)가 화가 나 있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한마디는 미안한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아이에게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감정 처리 방식을 보고 배웁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법이 아니라, 감정이 격해졌을 때 어떻게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 교육입니다. 특히 “너도 미안하지?”라고 되묻는 식의 사과는 오히려 감정의 책임을 다시 아이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되므로 피해야 합니다.

또한 먼저 사과하기는 아이와의 ‘권력 관계’를 다시 조율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이는 약자입니다. 논리도, 말도 어른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아이가 위협을 느낄 때, 먼저 다가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어른의 태도는 관계를 회복시키는 동시에, 아이의 자존감과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는 긍정적 자극이 됩니다.

감정코칭은 아이의 마음을 듣고,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접근법입니다. 오늘 하루, 아이의 감정 앞에 멈춰 서서 아이를 성장시키는 작은 한 마디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이와 함께있는 어른의 태도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최경희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코칭전공 석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