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영어 영역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며 '역대급 불영어'였던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국어 영역 역시 1등급 커트라인(표준점수)이 133점을 기록해 최상위권 변별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총 493,896명으로, 이 중 재학생은 333,102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60,794명으로 집계됐다.
◇ 영어 1등급 1만 5천 명 불과... 2·3등급도 '바늘구멍'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의 난이도다. 평가원이 공개한 등급 구분 점수 및 비율에 따르면, 원점수 90점 이상인 1등급 수험생은 전체의 3.11%인 15,154명에 불과했다. 이는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영어의 경우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의도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등급(80점 이상)은 14.35%(70,017명) ▲3등급(70점 이상)은 26.30%(128,336명) ▲4등급(60점 이상)은 24.53%(119,692명)로 나타났다. 상위 등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수험생들의 수시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국어·수학 1등급 컷 격차... 선택과목 쏠림 여전
국어와 수학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등급 구분 표준점수)은 각각 133점과 128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어 영역은 1등급 인원이 22,935명(4.67%)으로 집계돼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수학 영역 1등급 인원은 21,797명(4.62%)이었다.
선택과목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국어 영역에서는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비율이 67.88%로 '언어와 매체'(32.1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수학 영역에서는 문과 성향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응시자가 56.08%로 과반을 차지했고, '미적분'은 41.03%, '기하'는 2.89%에 그쳤다.
◇ 수치로 증명된 '사탐런'... 사탐 응시자, 과탐의 2.6배
이공계 진학을 목표로 하면서도 학습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도 실제 수치로 증명됐다. 사회·과학탐구 영역 응시자 중 '사회탐구만' 응시한 수험생은 284,535명에 달한 반면, '과학탐구만' 응시한 수험생은 108,353명에 그쳤다. 두 영역을 조합해 응시한 수험생은 81,023명이었다.
탐구 영역 응시자 대부분인 99.16%(469,930명)가 최대 선택 과목 수인 2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렀다. 사회·과학탐구 영역 1등급 등급 구분 점수(표준점수)는 과목별로 생활과 윤리 66점, 윤리와 사상 66점, 물리학Ⅰ 66점, 지구과학Ⅰ 65점 등으로 형성됐다.
◇ 만점자 5명... 사인펜 번짐 82건 '전원 구제'
어려워진 시험 탓에 전 과목 만점자는 총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1명)에 그쳤다. 탐구 영역별로는 과학탐구 응시자가 4명, 사회탐구 응시자가 1명이었다.
한편, 논란이 됐던 '컴퓨터 사인펜 번짐' 현상은 전원 구제됐다. 민경석 채점위원장은 "기계 판독상 중복 표기로 분류된 1만 2,822건을 육안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잉크 번짐 등으로 문제가 된 사례는 82건이었다"며 "최소 4회 이상 육안 판독을 거쳐 수험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정상 채점했다"고 밝혔다.
개인별 성적통지표는 5일 출신 학교나 시험지구 교육청 등을 통해 배부되며, 영역 및 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표기된다. 절대평가인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등급만 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