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과하게 화를 내거나, 별일 아닌 듯한 일에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고민합니다.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할까?'
'이 정도는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 질문의 핵심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아이의 뇌는 아직 ‘감정을 조절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뇌에서 감정 조절, 충동 억제, 계획, 판단, 공감 등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입니다. 쉽게 말해 감정을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길지 말지를 결정하는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전두엽은 아이나 청소년에게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두엽은 남아의 경우 평균 30세, 여아는 평균 24세에 이르러서야 성숙한 기능을 갖춘다고 합니다
(Knoll et al., 2016; Giedd, 2004). 그 전까지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생겼더라도, 그 감정을 조절하거나 사회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능력은 미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감정 반응은 전두엽보다 먼저 발달하는 변연계(감정을 담당하는 중간뇌 구조)에 의해 좌우됩니다. 특히 사춘기 무렵에는 변연계가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분노, 불안, 슬픔, 기쁨 같은 감정이 훨씬 강하게 경험됩니다.

하지만 이 감정을 ‘그럴 수도 있어’라고 받아들이거나, ‘지금 참아야 해’라고 조절하는 능력은 전두엽이 성숙해야 가능하므로, 감정이 앞서고, 행동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아이의 뇌 발달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참으라고 다그치기’보다, 감정의 의미를 이해시키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감정코칭은 바로 이 지점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감정에 적절한 반응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과정은 결국 전두엽의 기능을 훈련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대학 존 가트맨(John Gottman) 교수의 연구에서는 감정코칭을 받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자기조절력, 공감 능력, 스트레스 회복력, 학습 지속력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Gottman & Declaire, 1997).

우리는 흔히 아이가 감정을 폭발시킬 때 훈육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은 아이의 뇌가 조절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훈육이 아니라 이해와 안정, 그리고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돕는 반복적 훈련입니다.

아이의 감정 반응을 문제로 보기 전에, 그 감정을 통제할 뇌의 준비가 아직 안 되어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는 공감의 뇌과학적 기초와 어른의 표정·말투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감정을 억누르거나 방임하는 잘못된 양육 방식과 감정코치형의 차이, 그리고 실천 가능한 감정코칭 5단계와 실제 사례들까지 교육 현장과 가정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함께 살펴볼 예정입니다.

감정은 참으라고 강요하기 전에, 먼저 읽어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연습을 함께 시작해 보겠습니다.

최경희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코칭전공 석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