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옆에서 하품을 하면, 나도 모르게 따라 하품을 하게 되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심지어 하품하는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눈물이 맺히며 입이 벌어지죠. 이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이 나의 뇌와 몸에 영향을 주는 현상은, 단순한 습관이나 모방이 아니라 뇌과학적으로 설명되는 현상입니다.

그 중심에는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특별한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과학자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연구팀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 중 특이한 뇌 반응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원이 과일을 집어 들었을 때, 이를 지켜보던 원숭이의 뇌 운동 피질이 마치 자기가 직접 움직이는 것처럼 활성화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인간의 뇌에서도 동일한 반응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을 내가 직접 겪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신경 회로, 즉 거울뉴런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습니다.

이 신경 회로 덕분에 우리는 타인의 기쁨에 미소 짓고, 울음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불안한 눈빛 하나에도 긴장하게 됩니다. 즉, 공감은 ‘감정이입’이라는 심리 개념을 넘어, 뇌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신경 반응입니다.

거울뉴런은 타인의 감정을 감지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어떻게 반응할지, 어떻게 표현할지를 학습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부모나 교사의 표정, 말투, 감정 반응을 그대로 복사하듯 받아들입니다.

말은 “괜찮아”라고 했지만, 눈빛과 입꼬리는 냉담할 때 아이는 그 모순을 말보다 표정으로 해석합니다. 교사가 무표정하게 “잘했어”라고 말할 때, 부모가 눈살을 찌푸리며 “괜찮아”라고 말할 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조용히 해”라고 말할 때 아이의 뇌는 그 안의 감정 신호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반응 방식은 아이가 다른 사람과 관계 맺을 때 반복적으로 재현됩니다.

어떤 아이는 친구가 울면 함께 울고, 또 어떤 아이는 무표정하게 그 자리를 피하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에는 선천적인 기질 차이가 일부 작용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생후 몇 개월 된 영아도 타인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공감의 초기 반응을 보이지만(Decety & Svetlova, 2012), 그 이후의 공감 발달은 환경과 관계 속 경험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뇌영상 연구에서는 공감 훈련을 받은 청소년의 거울뉴런 관련 뇌 회로(전운동피질, 측두하이랑 등)가 훈련 전보다 더 넓게 활성화된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Decety & Meyer, 2008).

이처럼 공감은 관계 안에서 학습되고 훈련되는 뇌의 기술입니다. 그리고 그 학습의 출발점에는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주는 어른의 역할이 있습니다.

‘감정코칭’은 바로 이러한 공감의 회로를 강화하는 실천 방법입니다. 아이의 말뿐 아니라 표정, 눈빛, 말투에 담긴 감정 신호를 민감하게 읽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며,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감정코칭을 실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감정코칭의 5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최경희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코칭전공 석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