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 24시간을 앞두고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올해 정시는 모집 인원이 줄어든 반면 수능 응시생은 전년 대비 3만 410명이나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쟁률 수치보다, 역대급 '불수능'이 만들어낸 수시 이월 인원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정시 판도를 뒤흔드는 가장 큰 동력은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의 수시 이월 폭증이다. 종로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에서 정시로 넘어온 인원은 총 36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연계열 이월 인원은 263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며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의대 모집 정원 확대와 맞물려 최상위권 N수생들의 이동이 활발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의대 입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국 11개 의대에서 발생한 50명의 수시 이월 인원 중 무려 48명이 지방권 대학에서 발생했다. 인제대(14명)와 충남대(11명) 등 지방 거점 의대들의 미충원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영역의 높은 난도로 인해 수험생들이 까다로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불수능'이 지방 의대와 상위권 자연계열의 정시 문턱을 낮추는 예상치 못한 비상구를 만든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험생들의 눈치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고려대가 일부 학부 대학을 가군으로 이동시키고, 이화여대 간호학부가 다군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주요 대학의 모집군 변화가 상당하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처럼 다군에서 나군으로 이동한 경우도 있어, 전년도 입시 결과에만 의존해 지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변화된 군 배치와 이월 인원의 상관관계를 마지막까지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대교협과 입시 분석 기관들은 원서 접수 마감 당일의 혼란을 경고하고 있다. 대학마다 마감 시각이 오후 5시 또는 6시로 제각각인 만큼, 지원 대학의 최종 공지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마감 직전에는 접속자가 몰려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으므로, 최소 1~2시간 전에는 전형료 결제까지 마쳐 수험번호를 부여받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시는 변수가 많은 만큼 흔들리지 말고 미리 정해둔 지원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접수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