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가운데) 서울 종로구청장이 지난 12일 덕성여중, 배화여중, 서울사대부설여중, 중앙중, 재동초 교장단과 구청장 집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있다.(사진=종로구)
서울시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중학교 학급 수 감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가 “도심지 백년학교의 존립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16일 종로구에 따르면 정문헌 구청장은 지난 12일 덕성여중, 배화여중, 서울사대부설여중, 중앙중, 재동초등학교 교장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중학교 학급 수 감축 계획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논의는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이 지난 5일 ‘2026학년도 중학교 소요 학급 편성 안내’ 공문을 통해 일부 학교에 학급 감축 계획을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청 계획에 따라 종로구 관내 4개 중학교는 내년도 신입생 학급 수가 각각 1개씩 줄어들 예정이다. 중앙중은 신입생 학급이 4학급에서 3학급으로 감소하며, 서울사대부설여중은 6학급에서 5학급으로 감축된다. 덕성여중과 배화여중은 올해 감축된 학급 수를 유지하게 된다. 중앙중의 경우 이미 올해 교원 감원이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학교 관계자들은 학급 수와 교원 감축이 반복될 경우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한 참석자는 “교육과정과 체육대회, 동아리 활동 등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학년당 최소 4개 학급은 필요하다”며 “규모가 무너지면 학생 간 교류 자체가 위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급을 줄이다 보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로구는 서울 전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학급 감축 정책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종로구에는 총 36개 초·중·고교가 있으며, 이 중 21개교(58%)가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학교다. 구는 이 같은 ‘백년학교’가 단순한 학생 수 논리로 축소·폐교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도심 학교를 살리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은 고려되지 않은 채 교육의 효율성만을 앞세운 정책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학생 수 감소 상황 속에서도 교육 환경과 학교의 역사적 가치를 함께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로구는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며,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역 여건을 반영한 학급 수 기준의 탄력적 적용과 서울 전역에서 학생이 희망하는 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학구제 도입 등 대안을 건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