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오늘날 학부모들은 자녀 훈육에서 심리적인 혼란을 더 많이 겪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학업에 1순위로 충실하길 바란다. 그것이 학생으로서의 본분이고, 앞으로 진로를 찾아야하는 자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공부하라고 아이를 혼내거나, 급하게 사교육 기관에 레벨테스트를 보러 다닌다. 혹은 다니고 있는 학원이 우리 아이랑 안 맞는 것 같아서 학원을 바꾸려 시도한다. 그러다가도 학업으로 인해 피곤해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워 하루쯤 쉬게 한다.

"오늘은 피곤해 보이니까 그냥 쉬어."
"공부가 너무 힘들면 조금 놀아도 돼."

이런 말은 순간적으로 아이를 위하는 따뜻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런 이중적인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오늘은 되고, 내일은 안 되는' 감정 중심의 허용이 아닌, 일관되고 구체적인 행동 기준이 필요하다.

부모 스스로 어떤 훈육을 할 것인지, 허용할 것과 허용하지 말아야할 것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정한 그 기준이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자기 조절 능력과 판단력이 미숙하다. 이 시기에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행동의 기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감정과 컨디션, 피로도에 따라 그날그날 다르게 반응하면 아이는 스스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태도를 배운다.

더 큰 문제는 이 혼란이 가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교나 학원 등 교육 현장에서 교육자는 종종 아이가 아닌 '부모의 말'에 부딪힌다.

“엄마는 그냥 자도 된다고 했어요.”
“아빠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요.”

교사가 아이의 행동을 지도하고자 해도, 이미 가정에서 말한 허용이 벽처럼 작용한다. 교사의 지도는 과도한 요구로 오해되기 쉽고, 정당한 규율 지침조차 아이와의 신뢰를 해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교육자는 아이의 인성이나 습관 형성을 위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도를 시도하지만, 아이가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교사의 말보다 부모의 말을 상위 기준으로 여긴다. 이로 인해 교사는 반복되는 혼란과 마주하게 되고, 교육의 연속성과 효과성 또한 약화된다.

훈육은 아이에게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다. 부모가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면, 아이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된다.

부모는 아이 인생의 첫 번째 코치이자 가이드다. 코치의 훈련 방식은 분명해야 한다. 사랑과 존중 위에서 변함없이 기준을 지켜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는 책임감을 배우고 자기 삶을 주도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