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터밤’ 콘서트와 싸이의 ‘흠뻑쇼’ 같은 여름 대형 공연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공연은 화려한 무대 연출과 강한 음악, 그리고 선정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로 ‘축제의 자유’를 상징하며 소비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콘텐츠들이 이제 더 이상 성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청소년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각종 SNS에서 실시간으로 그 장면들을 소비하며 어른들의 자극적 문화를 자연스럽게 모방하고 있다. 판단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10대들에게 이러한 자극은 호기심을 넘어 정서적 혼란과 왜곡된 성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분별한 자극, 판단력 부족한 청소년

오늘날 청소년의 미디어 소비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방적이고 빠르다. 이제는 검색하지 않아도, 클릭 한 번 없이도 노출되는 영상과 이미지들이 타임라인을 채운다. 이들 콘텐츠는 ‘멋있다’, ‘자유롭다’는 이름 아래 과도한 성적 노출과 폭력적 표현, 욕설 등을 미화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이 이러한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걸러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고, 가정과 학교에서의 사전 교육도 소극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율과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방임에 가까운 환경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문화를 그대로 모방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구축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기성세대, 침묵으로 공모하지 말아야

자극적인 콘텐츠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청소년의 인지와 가치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많은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원래 그렇다”, “그 정도는 괜찮다”는 식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무관심은 결국 어른들의 침묵이 청소년의 혼란에 대한 공모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태도다. 청소년은 아직도 길을 배우고 있는 중이며, 그 길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문화적 지형 안에서 형성된다.

보호가 아닌 '가이드'가 필요한 시대

이제 우리는 청소년을 더 이상 ‘단속’하거나 ‘검열’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건강한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콘텐츠를 해석하는 눈을 키워주는 일이다.

학교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청소년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함께 점검하고, 가정은 무조건적인 통제보다 열린 대화로 그들의 관심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정부와 기관은 온라인 공간의 유해 콘텐츠 필터링과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기업에는 연령 확인 시스템 강화와 책임 있는 콘텐츠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함께 만들어야 할 ‘청소년 문화’

청소년은 소비자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세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들이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갈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어른들이 앞장서서 스스로의 문화를 되돌아보고, 보다 책임 있는 태도로 청소년을 대할 때, 그들은 비로소 ‘따라가는 세대’가 아닌 ‘주도하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계속 쏟아질 것이고, 기술은 더욱 빠르게 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어떤 기준과 관심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는 어른들이 먼저 멈추고 돌아봐야 할 때다. ‘청소년답게’보다 ‘청소년에게 의미 있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