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논란에 따라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 역시 이 문제의 복잡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시·도지사 임명제 등 다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4년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확정된 후,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과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행정의 정치화, 주민들의 낮은 관심, 그리고 행정적 혼선 등을 문제로 제기하는 목소리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감 직선제는 2006년 전면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선거인단 또는 교육위원회에 의해 간선으로 선출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육감 간선제도는 부정 시비와 주민 대표성 미흡 등 여러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를 해결하고자 주민직선제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는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폐지하고, 다시 시·도지사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회귀하자는 법안들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과도한 선거 비용, 교육감과 지자체 간의 갈등 등을 이유로 현 제도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주민의 직접적인 의사 반영과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데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존재하며, 1920년대에는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26%의 주에서만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는 주지사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감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논의와 맞물려 발전해 왔습니다.
서울시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낮은 관심도와 과도한 선거비용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감과 지자체장 간의 갈등이 지속되며 교육 정책의 통일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직선제 자체의 근본적인 결함 때문인지, 혹은 현행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탓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교육의 자주성 vs. 정치화된 교육
주민직선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육의 정치화입니다. 직선제를 통해 교육감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출되다 보니, 교육 정책이 정권의 영향을 받거나 지역 내 정치적 갈등의 연장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는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 정책보다는 인기나 정치적 배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미국의 경우, 주지사 임명제가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일관성을 더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육의 자주성과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감이 주민들의 뜻에 따라 선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교육은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함으로써 자신들의 교육에 대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교육감을 시·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면, 교육이 정치적 거래나 중앙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일 위험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
서울시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미래를 논할 때,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조화롭게 고려해야 합니다. 하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감 선출 제도는 일률적으로 폐지하거나 유지할 문제가 아니라, 각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미국에서 이미 주민직선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온 과정입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감을 선출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주지사나 교육위원회가 임명하는 방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각 지역의 특수한 요구와 상황을 반영해 진행되었습니다.
교육감 선출제도의 미래는 단순히 효율성이나 정치적 갈등에 대한 우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교육의 자주성, 주민의 참여, 정치적 중립성 등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장의 효율성이나 갈등 해소를 이유로 주민직선제를 무작정 폐지하기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교육의 주체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습니다. 교육감 선출제도에 대한 논의는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교육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지방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꽃다발 받은 정근식 후보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일인 16일 오후 정근식 후보가 서울 마포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6 d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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