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위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영역 문항이 고등학교 공교육 과정을 현저히 벗어나 출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수능 수학·영어 영역의 고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수능이 학교 교육만으로는 대비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영어 교과서는 '美 고1', 시험은 '美 대학교 1학년'
발표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4종의 '영어Ⅱ' 교과서 내 최고 난이도 지문의 평균 난이도는 미국 고1 수준인 9.96학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수능 영어 영역의 독해 문항 중 약 40%가 영어Ⅱ 교과서의 최고 난이도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최고 난도 지문으로 꼽히는 37번 문항은 13.38학년으로 측정됐는데, 이는 미국 대학교 1학년 수준이다. 국내 고교 수준보다 최대 5년 이상 어려운 지문이 출제된 셈이다.
◇ 어휘·수학도 '불수능'… 1등급 3%대 추락
어휘 수준 역시 교육과정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국가 교육과정상 '영어Ⅱ' 과목의 권장 어휘 수는 약 2,500개다. 그러나 이번 수능에서는 독해 지문 25개 중 과반이 넘는 14개 지문(56%)에 별도의 주석이 달렸다. 이는 학생들이 교육과정 내 어휘 실력만으로는 독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난해한 단어들이 빈번하게 사용됐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3.11%에 그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학 영역에서도 교육과정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총 46개 문항 중 공통과목 21번과 22번, 미적분 30번 등 3개 문항(6.5%)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EBS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세 문항의 정답률은 모두 5% 미만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킬러문항' 역할을 한 것이다.
◇ 평가원장 사퇴 불렀지만… "방지법 제정 시급"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번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10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가채점 결과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학생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며 “난이도 조절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변동성이 있다”고 출제 과정의 구조적 한계도 언급했다.
백승아 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와 평가원의 현행 출제 시스템으로는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 가능한 수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