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 코드


"선생님, 이 코드 어때요? 완벽하죠?"

얼마 전, 1:1 코딩 수업을 하던 한 학생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화면에 띄워진 코드는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저는 칭찬과 함께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코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지 선생님한테 설명해 줄 수 있니?" 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사실... ChatGPT한테 짜달라고 했어요."라고 실토했습니다.

코딩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강사로서, 저는 이런 순간을 자주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생성형 AI 시대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히 AI 사용을 금지하고 '스스로 하라'고 외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해결책일 뿐입니다. 이미 아이들의 손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학습 도우미가 쥐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AI를 '정답을 알려주는 만능 해결사'로 인식하는 데 있습니다. 숙제, 보고서, 코딩 과제 등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고민의 과정 없이 바로 AI에게 질문부터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지식의 결과물은 얻을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생각하는 힘'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송두리째 도둑맞고 있습니다. 땀 흘려 산 정상에 오른 사람과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사람이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느끼는 의미와 가치가 다른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윤리적 딜레마입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지만, 그 데이터는 완벽히 중립적이거나 윤리적이지 않습니다. 편향된 시각, 차별적인 표현,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그대로 학습하고 때로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창조해냅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잘못된 역사관을 배우고, 사회적 편견을 내재화하며, 가짜뉴스를 진실로 믿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한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려면 학생들이 AI를 정답 자판기가 아닌 똑똑한 학습 파트너로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첫째, 결과가 아닌 과정을 질문하게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 짜줘"가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다른 접근법을 제시해 줘. 그리고 각 방법의 장단점을 설명해 줘."라고 질문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여러 선택지를 비교 분석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가는 주도권을 잃지 않게 됩니다.

둘째, AI의 결과물을 의심하고 검증하게 합니다. AI가 제안한 코드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는 대신, "이 코드에 혹시 필요이상으로 고급 문법이 사용된건 없을까?",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부분은 없을까?", "이 코드가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설명해 줘." 와 같은 반문을 던지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히 인지하게 됩니다.

셋째,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함께 토론합니다. "만약 AI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코드를 만들어준다면, 사용해도 될까?", "AI가 만든 그림이나 글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기술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고민을 함께 나눕니다.

AI시대의 교육은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 그리고 기술을 인간을 위해 선하게 사용하려는 태도를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생성형 AI를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조력자로 삼을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