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세탁기, 공기청정기, 스마트폰처럼 늘 곁에 있는 기기들이 이미 인공지능을 품고 있다. 세탁기에 옷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기계는 옷감과 무게를 스스로 판단해 물의 양과 세제 투입 시점, 세탁 시간 등을 조절한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농도나 주변 환경을 감지해 바람 세기를 바꾸고, 스마트폰은 사진을 자동으로 보정하며 오타까지 고쳐준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런 기술도, 이제는 특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AI는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고,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AI는 도구일 뿐,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빠르게 연산을 한다. 어려운 계산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이제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피드백도 해준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맥락에 맞게 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다.

아무리 AI 기능이 있는 세탁기라도 옷감을 분석해서 분류한 후 세탁하는 건 할 수 없다. 만약 흰색 옷과 검은색 옷을 같이 빤다면 어떻게 될까? AI가 발전해도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입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은, 관리하는 방법도 각기 다르다. 그렇기에 사람이 세탁물을 분류하고 세탁 메뉴를 선택하면, 그때서야 세탁기는 자기가 가진 AI기능을 수행한다.

AI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원하는 것을 달성할 때 이용하는 도구이지, 모든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는 만능 재주꾼이 아니다.

그럼, 코딩은 왜 배워야 할까?

AI는 코드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는 누군가가 개발한 AI를 쉽게 불러와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실력의 차이를 만들게 될 것이다. 코딩 지식은 그 차이를 만드는 핵심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줄은 알아도, 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앱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수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에서 창조자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AI도 같다. 프롬프트를 넣어 결과를 얻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결과가 나오는 구조를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으려면 코딩 감각이 필요하다. 코딩은 AI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게 해주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더 정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누군가에게 “식탁 위에 있는 물컵 좀 갖다 줘”라고 부탁한다고 해보자. 막연히 턱짓과 눈빛으로 “그거…”라고 말하면 상대는 어떤 걸 원하는지 알 수 없다. AI도 같다. 애매한 명령에는 애매한 결과로 답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AI를 다루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AI에게 명확히 요구해야 하고, 그러려면 툴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언어를 알아야 대화가 가능하듯, 코딩을 알아야 AI와 진정한 협업을 할 수 있다.

AI 시대의 일자리는 코딩 이해력을 요구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코딩 지식은 필수가 되고 있다. 마케터, 기획자, 교사, 연구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물론이다.

광고·마케팅 업계에서는 AI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 문구를 자동 생성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캠페인을 조정한다. 유통업에서는 판매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재고를 예측하고, 물류 동선을 최적화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가 AI를 활용해 학생별 성취도를 분석하고 학습 피드백을 제공하며, 병원에서는 의료 영상 판독과 진단 보조에 AI가 쓰인다. 제조업에서도 품질 검수, 설비 이상 감지, 생산 일정 자동화에 AI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현장도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인사팀은 AI로 지원자 서류를 자동 분석하고, 회계팀은 반복 계산 업무를 자동화한다. 디자이너는 AI 이미지 툴을 이용해 시안을 빠르게 제작하고, 영상 편집자는 자동 자막·요약 기능을 활용해 시간을 절감한다.

이처럼 AI가 적용되는 분야가 넓어질수록, 동시에 AI로 인해 새롭게 다뤄야 할 과제도 늘어난다. 이때 우리가 프로그래밍의 기본 개념을 모른다면 문제를 인식하거나 해결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 정확히 알아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런 과정이 곧 업무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결정한다.

이런 흐름은 교육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2025년부터 초·중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정규 교과로 확대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보’ 과목이 신설되어 기본적인 알고리즘 사고와 블록 코딩을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파이썬 등 텍스트 기반 언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이 도입된다. 고등학교는 선택 과목으로 ‘AI 기초’, ‘데이터 과학’, ‘정보 보안’ 등을 포함하며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우리의 생활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전화보다 앱을 통해 소통하고, 지갑보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며, 정보를 찾고 기록하는 일상 대부분이 손안의 작은 기기에서 이뤄진다.

AI도 이와 같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AI는 머지않아 우리의 일과 삶 전반을 움직이는 중심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AI를 이용하는 역할에서, 의도한 방향으로 창조하는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코딩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AI 시대의 주도권은 AI 언어, 코딩을 아는 사람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