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명시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통령령에만 머물러 있던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로 직접 규정하고, AIDT를 포함한 지능정보기술 기반 소프트웨어를 교과서 범주에서 분리해 ‘보조적 학습자료’로 분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언뜻 보기엔 한 발 후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현실적 조정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AIDT를 교과서로 규정하게 되면 내용 변경이나 수정이 법적 절차를 동반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교육자료’로 분류됨으로써 현장에 맞게 수정·보완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실험과 평가를 통한 발전 가능성도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AIDT를 일부 학교에 선택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했지만, 이를 적용할 교사와 학교 시스템은 여전히 낯설고 혼란스럽다는 것이 현장의 체감이다. 최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는 단발성에 그쳤고, 기술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화된 콘텐츠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으며, AIDT 도입이 단순히 교재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수업 운영 방식 전반에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많은 교사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7월 수원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선 교사들은 “서책형 교과서보다 질이 낮고, 실질적인 지원도 부족하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성급한 제도 도입이 오히려 교사들을 교육의 중심에서 밀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도입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연수나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이 밀어붙여지고 있다”고 토로했고, 다른 참석자는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교과서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출처: 경기도의회

AIDT가 교실에서의 상호작용, 학습자의 참여, 평가 기준까지 모두 바꾸는 새로운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보다 더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은 일단 보조자료로서 충분한 시범 운영을 거치고, 다양한 현장 피드백을 반영한 뒤에야 비로소 ‘교과서’로서의 지위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AIDT는 이제 제도적 토대를 확보한 셈이지만,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다. 디지털 전환이 단지 도구를 바꾸는 문제로 그치지 않으려면,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교사와 학생, 즉 사람을 중심에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 조재범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전문위원은 “AIDT는 혁신적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기술은 교육의 ‘수단’일 뿐”이라며 “교사와 학생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준비되지 않은 교과서는 오히려 혼란만 낳을 수 있다. AIDT가 진정한 의미의 ‘교과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사 중심의 설계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