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 배경을 역사적으로 따져 보면, 공부하는 선비를 숭상했던 저 조선 시대만 생각해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더해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나라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건 공부 밖에 없었던 근현대의 아픔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이래저래 배우는 걸 좋아하는 민족인 건 확실하다. 그런 민족이 공부로 경쟁을 하니 이건 뭐 보통 경쟁이 아니다. 한편으론 그런 경쟁 속에 놓인 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그런 사회적인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 일단 잠시 미뤄 두기로 하겠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니까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 해도 해도 이건 정말 너무할 정도로 열심히 한다. 오죽하면 경제가 정말 어려운지 아닌지를 따지는 여러 지표 중에 하나가 각 가정에서 교육비를 줄이기 시작한다면 진짜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공부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모든 학생이 그에 합당한 성과가 나오는지 물어본다면 그건 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정말 열심히 하는데, 정말 많은 학생들이 오늘 하루도 불철주야 학교 수업은 기본이고 학원에 과외에 인강에 학습지까지! 조금이라도 현재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데 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학습 행태 때문에 그렇다. 학교를 마치고 쉴 시간도 없이 학원에 가고 학원이 끝나면 집에 들어와 간식이나 겨우 먹고 바로 과외를 한 뒤에 오늘 공부는 다했다고 샤워하고 유튜브나 보다가 잠을 자기 때문에 그렇다. 아니 이게 왜 문제란 말인가 하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당연한 질문이다. 학교 수업만 6시간 남짓이고 학원 수업은 보통 2시간 정도이며 과외를 짧게 한다고 해도 1시간 정도를 받게 된다. 다 합치면 근 10시간에 육박한다. 하루가 24시간인데 자는 시간, 먹고 씻고 화장실 가는 시간 등등을 빼면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는데 할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라니!
그렇다.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게 문제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걸 공부라고 착각하는 게 문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학원에서 역시 수업을 듣고 과외를 통해 1:1이지만 또한 수업을 듣고 더 한다면 인강을 통해 또 수업을 듣고! 아직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계속 듣기만 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학습學習 정도가 될 텐데 이 단어 속에 답이 있다. 학습은 학學과 습習을 해야 완전해진다. 학이란 배우는(듣는) 것이고 습이란 익히는(스스로 연습하는) 것이다. 즉, 우리 아이들은 죽어라 학만(듣기만) 하고 습은(스스로 하는 연습은) 죽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옛날 공자님도 말씀하셨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뜻인 즉,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기쁜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중요한 건 배움에서 그치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습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연습을 하지 않는다.
좋은 강의를 들으면 일타강사들이 정리를 잘해 주면 자연스럽게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본인들이 연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설명을 잘해주는 선생님 혹은 강의만 찾아다닌다. 자기가 타 죽는지도 모르고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조금 더 쉬운 예를 들어 보자. 유튜브를 통해 손흥민이 축구하는 영상을 본다고 치자. 그 영상만 보면 내가 축구를 잘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영상을 봤으면 공을 들고나가 스스로 직접 차 봐야 조금이라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실력이 좋은 선생님이 만약에 재미까지 있다면 강의를 듣는 순간 이해도 잘 되고 그 개념을 마치 예전부터 내가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착각을 하면서 이 개념은 이제 다 이해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강의가 끝나면 책을 덮고 다시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 어? 이 문제 어디서 들은 내용으로 풀면 될 거 같은데 그게 뭐지 하고 고민하다 시간을 다 보내거나 에라 모르겠다 하고 찍는 스스로의 모습만 보기 일쑤다.
이런 강의만 듣는 행태는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말씀 전해 듣는 수준 밖에 안 된다. 좋은 말씀 잘 전해 듣는다고 내 삶도 좋아지는가? 아니다. 말씀을 잘 전해 들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매번 듣고 실천을 하지 않으니 좋은 말씀 잘해주는 강사들이 먹고사는 걸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좋은 말씀 잘 듣고 실천 잘해서 삶이 개선되면 그런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그런 강사들만 오늘도 그런 강의를 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연습할 생각은 하지 않고 좋은 말씀, 그러니까 좋은 강의만 듣고 다니니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좋은 강의를 듣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앞서 간 선배가 해 주는 경험에 의한 이야기인데 그게 과목 강의건 뭐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듣는 수준에서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발 부탁하건대 듣기만 하는 반쪽자리 공부에 연습하는 실천을 더해 완벽한 학습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