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유데모니아 관점에서 본 중·고등학생의 삶의 유형과 특징’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행복을 감정적 만족으로만 이해하는 관점을 벗어나, 의미 있는 활동과 심리적 충족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행복, 즉 ‘유데모니아(eudaimonia)’ 개념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삶을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삶은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자기실현을 추구하며 행복한 집단이 17.6%, 평균 수준의 집단이 53.6%, 내재가치를 상실한 집단이 10.5%, 심리적으로 불만족한 집단이 18.2%로 나타났다. 전체의 27.8%가 행복하지 않은 삶의 유형에 속했다.


학생의 삶의 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 가정의 경제적 수준, 그리고 희망직업의 유무였다. 특히 희망직업 유무는 학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확인되었다. 희망직업이 있는 학생은 자기실현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고, 희망직업이 없는 학생은 내재가치 상실형이나 심리적 불만족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즉,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학생이 현재의 삶에서도 의미를 인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정의 경제적 수준도 유의미한 영향을 보였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학생일수록 행복하지 않은 삶의 유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진로 인식과 경제적 자원이 상호작용하여 학생의 자기실현 경험과 웰빙 수준을 좌우함을 보여준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같은 기본적 심리 욕구를 충족할 기회가 제한될수록, 학업 성취와 삶의 의미 수준에서도 격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교육의 방향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학생들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으려면 진로교육이 직업 정보 중심의 전달형을 벗어나야 한다. 학생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지를 탐색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목표는 직업 선택이 아니라 삶의 방향 설정에 맞춰져야 한다.

유데모니아 관점에서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학생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활동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자율성과 유능감을 경험하며, 타인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때 행복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교육정책은 학생의 내적 동기를 높이고 심리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는 정서적 안정뿐 아니라 학습 동기와 자기효능감을 함께 향상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학생의 삶을 유형화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학생일수록 학업 성취도와 삶의 의미 수준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는 교육이 성취와 행복한 삶을 별개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갈 때, 학업 성취와 삶의 만족도는 함께 향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