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접수 결과 지원자는 총 55만4174명으로 전년보다 6.0% 증가했다. 시험일은 11월 13일이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지원 규모보다 과목 선택의 이동이다. 자연계 학생들이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미적분 대신 확률과통계를 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입시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됐다.

탐구 영역에서 변화가 뚜렷하다. 사회탐구만 선택한 비율은 61.0%, 사회+과학을 조합한 경우는 16.3%였다. 결과적으로 탐구 응시자의 77.3%가 사회 과목을 최소 1개 이상 선택해 통합수능 체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과학탐구만 택한 비율은 22.7%로 역대 최저다. 제도의 설계가 수험생에게 선택 자체를 전략적 자원으로 활용하게 만든 셈이다.

수학 역시 선택 쏠림이 확인된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비율이 57.1%로 가장 많았고, 미적분은 39.9%, 기하는 3.0%에 그쳤다. 이는 미적분의 높은 난이도에 따른 시간·위험 관리, 일부 대학의 선택과목 지정 완화, 수능최저 충족 용이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세부 과목별로는 사회탐구 9과목 가운데 ‘사회·문화’가 가장 많이 선택됐고, 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Ⅰ’이 여전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출제 범위의 친숙도, 자료 해석형 문항 비중, 학습 대비 효율성 등이 선택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과 사교육 시장 모두 해당 과목 중심으로 학습·평가 자원을 재배분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응시 집단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07년생 학생이 본격적으로 수능에 응시하면서 재학생 수가 늘었고, 지난해 정원 증원으로 증가했던 졸업생은 의대 정원 회귀의 영향으로 감소했다. 이는 상위권 수험생 간 교차 지원 폭을 다시 좁히고, 점수 한 문제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

검정고시 등 출신 응시자는 2만2355명으로 1995학년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내신 경쟁에서 벗어나 수능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화된 결과로, 정시 확대, 학교교육 신뢰, 교육 격차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 같은 변화는 입시 지형에 세 가지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첫째, 수시에서 사회탐구 중심의 고득점자가 늘어나면서 수능최저 충족 인원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형에서는 내신과 서류, 논술·면접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정시에서는 과학탐구 가산점을 주는 이공계 학과의 선발 기준이 더욱 분명해진다. 같은 점수라도 가산점 부여 여부가 실제 합격선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고교 수업과 사교육 모두 ‘사문+확통’ 조합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정책적 시사점도 있다. 통합수능이 의도한 ‘선택권 확대’가 실제로는 ‘유불리 구조’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시험이 난이도 조절과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변할수록 공교육은 학습 내용보다 선택 기술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대학도 선발 철학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수험생이 합리적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6학년도 수능은 성적뿐 아니라 선택의 결과가 당락에 큰 영향을 주는 시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탐구와 확률과통계로의 쏠림은 수험생들이 위험 관리와 점수 계산을 중시했음을 보여주며, 그 배경에는 대학의 선발 기준과 정책 신호가 자리한다. 남은 기간 수험생은 자신의 선택이 지원 전략과 일치하는지, 대학의 선발 기준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