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등 학생 수는 11만 명 넘게 줄었지만, 학교 수는 오히려 36곳 증가했고 교원 수는 3300여 명 감소했다. 교육부의 단순한 ‘학생 수 감소=교원 감축’ 논리의 결과로 보이지만, 이는 현장에선 심각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학교는 오히려 학생 수가 늘었음에도 교원 증가율은 턱없이 부족해 학급당 학생 수가 다시 늘어나는 모순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인위적인 교원 감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숫자상의 균형이 실제 교실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사 1명이 맡아야 할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많으며, 중학교는 24.9명, 고등학교는 23.4명으로 과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가 수업 운영을 넘어 개별 학생의 학습 부진, 정서적 위기, 다문화 학생의 적응 문제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서 교원 수 축소는 단순한 인원 조정이 아니라 교육의 질 자체를 위협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다문화 학생은 급증하고 있으며, 학업중단 위기 학생 또한 매년 늘고 있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 정서적 고립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를 지원할 이중언어 교사나 전문 상담 교사의 부족은 곧 ‘방치된 학생’의 증가로 이어진다. 정부가 줄인 교원 숫자는 결국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서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다.
앞으로의 교육은 개별화, 토론·프로젝트 기반 학습,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수업을 지향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 교육은 ‘소수 정예의 세심한 지도’가 가능한 교실 환경이 뒷받침될 때에만 가능하다. 교원 감축 기조 속에서는 학급당 20명 이하라는 최소 기준조차 달성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교육 혁신 담론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독일과 핀란드 같은 교육 선진국은 학령인구가 줄어들 때 오히려 교사를 늘려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했고, 이민 배경 학생이나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전문 인력을 적극 확충했다. 인구 감소를 ‘위기’가 아닌 ‘교육 개선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학생 수라는 단순 지표만 바라보며 교원 수를 줄이는 데 급급하다.
교실의 질적 환경은 단순한 숫자 맞추기로는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학령인구 감소를 활용해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깊이 살피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할 기회다. 교원 감축 기조는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 수 감소’라는 표면적 통계를 근거로 한 기계적 정책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학습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교원 확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