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는 왜 자꾸 미룰까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시험공부는 마지막에 몰아서 해요.”
“조금만 힘들어도 바로 포기하려 해요…”

혹시, 이런 고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학생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왜 이럴까?” 하는 마음에 답답함이 올라올 때, 한편으론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죄책감도 함께 스쳐지나가곤 하죠. 선생님으로서 너무도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혹시, 그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행동 뒤에 숨겨진 마음을 들여다보는 코칭

‘인지행동코칭(Cognitive Behavioral Coaching, CBC)’은 단순히 행동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그 행동을 만들어낸 ‘생각’, ‘감정’, ‘환경’을 함께 탐색하며 새로운 선택을 이끌어내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계속 숙제를 미루는 아이가 있다고 해볼게요. 표면적으로 보면 ‘게으르다’, ‘책임감이 없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코칭에서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어떤 순간에 숙제를 미루게 돼?”
“그때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이 지나가?”
“그렇게 미루면 네 마음은 좀 편해지기도 해?”

이 질문을 통해 아이는 말합니다.
“사실, 잘 못할까 봐 겁나요. 틀리면 선생님이 뭐라고 할까봐요.”
“그래서 시작을 아예 안 해요. 그럼 덜 불안해요…”

숙제를 미루는 행동 뒤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자기비난의 감정이 숨어 있었던 거죠. 아이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식으로 ‘미루기’를 택한 것입니다. 문제 행동이 아니라, 마음의 방어기제였던 셈입니다.

발표가 무서웠던 수연이 이야기

중학교 2학년 수연이는 발표만 하면 울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손은 덜덜 떨리고, 말은 더듬고, 결국 “저 그냥 안 할래요…” 하며 포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저를 쳐다보는 게 너무 무서워요. 제가 틀리면 바보 같아 보일까봐요.”

이런 마음은 수연이에게 ‘발표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긴장을 피하려고 무대에 서는 걸 회피했습니다.

인지행동코칭은 수연이의 감정과 생각을 인정해주며, 새로운 방식으로 수연이의 생각을 만날 수 있게 돕습니다.

“사람들이 네 말을 듣고 싶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 번에 다 하지 말고, 하루에 5분씩 거울 앞에서 연습해보는 건 어때?”

“발표 전엔 심호흡을 해보자. 그리고 ‘나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말해줘.”

수연이는 조금씩 연습했고, 어느 날 드디어 반 친구들 앞에서 침착하게 발표를 마쳤습니다. 얼굴은 여전히 빨개졌지만, 눈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수연이는 더 이상 발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죠.

코치로서, 선생님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

인지행동코칭의 핵심은 아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그 이유를 탐색하고 더 건강한 방식을 찾아가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다가가실 수 있어요.

“왜 또 안 했어?” 대신 “그럴 땐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왜 이렇게 겁이 많아?” 대신 “그게 많이 두려웠구나. 그럴 수 있지.”

“이렇게 하면 안 돼.” 대신 “다음엔 어떤 방법을 써보면 좋을까?”

이처럼 비난보다 호기심, 지시보다 공감, 해결보다 동행의 태도가 아이를 변화시킵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기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행동으로 마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의 행동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작은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꾸짖는 대신 이해하려는 순간, 아이는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조급한 고침보다 따뜻한 동행을

인지행동코칭은 생각-감정-행동을 연결해보며, 아이의 삶을 좀 더 주도적이고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길에, 코치님이 먼저 걸음을 맞춰주실 수 있다면, 아이에게 그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 되어줄 거예요.

지금 필요한 건, 아이를 고치려는 조급함이 아니라, 함께 걸으며 아이를 믿어주는 따뜻한 시선인지도 모릅니다.


임은정 | 코칭심리학 박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