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숙제를 미루고 게임만 할 때, 부드럽게 설득해도 말을 듣지 않아 답답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참다 참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나서 아이와의 관계가 더 멀어지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왜 늘 아이에게 부드럽게 다가가려 노력하는데도 상황이 악화되는지, 반대로 강하게 나가면 관계가 망가져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도대체 중간 지점은 어디인지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와 교사들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고민입니다. 제인 넬슨의『교사와 부모를 위한 긍정 훈육』(더블북) 에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있습니다.

긍정 훈육은 흔히 오해하듯 무조건 아이에게 상냥하고 허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엄격하게 아이를 통제하는 것도 아닙니다. 긍정 훈육이 강조하는 것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균형 잡힌 태도입니다. 아이와 부모(교사)가 함께 규칙을 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핵심으로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이가 감정적으로 부모를 자극할 때 평정심을 잃고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아이 말고 내가 타인과 이야기할 때도 이렇게 반응할까?' 타인과의 대화에서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우리는 유독 우리 아이들과 대화할 때 평정심을 잃고 과도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타인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은 부모에게 더 가깝고, 더 사랑하고, 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마음 깊은 곳에서 ‘내 아이이기 때문에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사랑과 책임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이기에 때로는 더욱 조급해지고, 그 결과로 더 강하게 다가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통제하거나 부모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하나의 인격체이며, 나와 동등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는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상반된 개념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긍정 훈육에서는 이 둘을 통합하여 사용해야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반항적일 때는 다음과 같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룰 수 없겠구나. 서로 조금 진정된 후 다시 이야기해 보자.”
이러한 말은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는 부드러움과 함께, 대화를 반드시 이어갈 것이라는 단호함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또한 규칙을 세울 때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니까, 함께 규칙을 정해볼까?”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에게 소속감과 중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처벌을 해서 효과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과거에 배운 방식 그대로, 또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처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때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른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처벌이라는 선택지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처벌은 순간적으로 아이의 행동을 중단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그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은 없습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분노, 보복, 반항, 자기비하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며 새로운 문제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행동을 억압하거나 강제로 누르면, 그 문제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결국 폭식과 요요로 이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부드럽고 단호한 긍정 훈육은 아이가 책임감과 협력, 자기조절 같은 삶에 꼭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부모와 교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소속감’과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속감과 존재의 중요성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인간이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나의 존재가 의미 있다는 확신은 자존감을 높이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 줍니다. 반대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자신의 중요성이 인정받지 못하면, 사람은 쉽게 위축되고 방어적으로 변하며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러한 소속감과 자신의 중요성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안정적인 애착과 소속감을 경험할 때, 자기 존중감과 사회적 역량을 건강하게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이러한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관계에서 불안정함을 느끼거나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살아갈 위험이 커집니다. 이는 문제 행동, 불안, 우울, 대인 관계의 어려움으로, 나아가 결국 사회적 기능의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어린 시절에 소속감과 자신의 중요성이 충분히 충족된 아이들은 자기조절 능력과 책임감, 협력적인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우면서 단호하게 접근하면, 아이는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명확한 경계를 인식하고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부모와 교사도 어른이지만, 모든 감정을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감정이 올라올 때 잠시 상황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연습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깊게 숨을 세 번 천천히 들이쉬고 내쉰 후, 아이와의 대화에서 잠시 조용히 앉아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혹은 "엄마(아빠, 선생님)도 조금 진정하고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말하고 잠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순간 아이와의 대화에서 '무엇을 주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상처, 두려움, 불안 등'을 주고 싶은 부모 혹은 교사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더 사랑스러운 아이로, 사회적 존재로, 올바르게' 자라게 하고 싶어서 대화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세요.

이처럼 짧은 멈춤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감정적 폭발을 막고, 부드러우면서 단호하게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작은 실천이 우리 아이들을 책임감 있고 존중받는 인격으로 성장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미 좋은 부모이자 교사입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한 걸음씩 함께 해 보면 어떨까요?


임은정 | 코칭심리학 박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