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휴대전화 일괄 수거에 대한 인권위의 새 결정을 환영한다
- 학생의 교육권과 교사의 수업권이 확보되는 계기가 되기를 -
김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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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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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평생교육NEWS> 김이정 기자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에 대해서 우리가 처음 인지하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현행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 5학년 1학기 사회과 과정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아마도 초등 고학년 이후부터일 것이다. 어떤 것은 의무에 속하고 또 어떤 것은 권리로 분류되지만, 몇 가지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인 것도 있어 우리는 이것을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의 요소요소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처럼 권리에 대한 요구가 남용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걱정스러운 의문이 든다. 직장, 학교, 가정 할 것 없이 본인이 조금의 손해라도 보지 않을까 서로 아웅다웅한다. 그야말로 ‘권리의 시대’이다.
교실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문제 또한 권리와 의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논쟁이 되는 사안이다. 휴대전화의 부작용에 대해 인지한 다수의 학교는 학생들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일찍부터 제한해 왔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것을 학생의 자유권이 침해되는 행위로 판단했다. 실제 인권위가 기존에 공지한 자료에 따르면,
“전자기기는 학습의 수단이자 개인의 관심사나 취미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적성을 개발하거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기 위한 도구이므로 전면 금지보다는 본인 스스로 욕구와 행동을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지난 7일 인권위는 과거 10년간의 입장을 뒤집는 결정을 했다.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등교 시에 일괄 수거했다가 하교 시에 돌려주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는 최근 학생들의 온라인 범죄 노출 우려가 커지고 딥페이크 기술의 심각한 부작용이 드러난 현실을 반영한 온당한 변화라고 하겠다.
이미 올해 초 영국 정부는 전국 학교에 ‘휴대전화 원천 금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함과 동시에 휴대전화 관련 문제로 고소를 당한 교사를 보호할 방안까지 마련한 바 있다. 또 유네스코가 발표한 보고서에도 디지털 기술의 긍정성이 과대평가 된 측면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휴대전화가 학생들의 정서 혼란과 학습 부진, 사이버 괴롭힘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그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게다가 인권위가 설치된 세계 120개 국가 모두 학교 내에서의 휴대전화 금지는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하니, 우리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오히려 좀 늦은 감이 있다.
우리 헌법에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로 명시되어 있다. 교실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이 과연 학생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행여 그렇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 당장의 불편을 참지 못하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소지함으로써 학생의 또 다른 권리인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것은 어찌한단 말인가.
학교는 바람직한 사회인으로서의 의무를 배우고 이성적 판단력과 인내심을 익히는 곳이다. 정상적인 민주 시민이라면 ‘나의 권리’만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권리와 의무에 대해 균형있는 태도를 가질 때 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인권위의 판정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바람직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이기적인 권리 의식 대신 규칙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의무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학교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사회와 가정에서 그 권위를 인정하고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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