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문제 유출 논란'에 수험생들 집단소송 예고(종합)
오픈채팅방서 인원 모집…"시험 무효 소송·가처분 신청도"
연세대 '문제지 촬영' 고발,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서 수사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이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나섰다.
16일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학교 논술 집단소송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학교 측이 의미 없는 해결책을 내놓음에 따라 자연계열 수리논술 재시험을 위한 집단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글과 함께 수험생·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가 적혀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논술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집단소송을 추진하는 20대 A씨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수험생과 학부모는 60명가량이라고 전했다. 다만 비용 등의 문제로 학생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라고 A씨는 설명했다.
대학에 따르면 올해 논술전형에는 자연계열 9천667명, 인문계열 6천649명이 응시했다.
A씨는 "현재 (소송을 진행할) 변호사를 내부적으로는 선정했고 참여 인원들의 동의 과정을 통해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소송은 변호사 선임 후 최대한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봤다는 A씨는 "연세대의 경우 수능 최저 기준도 없고 내신 반영도 되지 않아 '올인'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학교 측이 이렇게 대응하면 학생들은 억울하게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며 소송 추진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선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문제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자연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공유되면서 시험 당시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별개로 자연계열 논술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 측이 시험 종료 30분 전에 이를 공지하고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일도 있었다.
연세대는 사흘 만인 지난 15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시험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방지 대책을 밝혔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대학이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세대는 이번 논술시험에서 시험 시작 전 촬영된 문제지가 유출돼 입시의 공정성을 침해한 객관적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지를 불법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게시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유출자 1명씩과 유출자가 특정되지 않은 4건 등 6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전날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접수됐다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이관됐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 대학 측의 고발이 접수됐고 오늘은 이 내용을 정리해 다시 고소장으로 접수한 걸로 안다"며 "신속하게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시험 과정 전반에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해달라고 수사를 의뢰했으며 대학 본부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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