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날은 감이 좋아서 뭐든 술술 잘 풀리고, 또 어떤 날은 평소처럼 하던 일도 실수투성이일까요?
이유는 단순한 ‘기분 차이’가 아니라, 정서에 따라 뇌 속 심리 시스템이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율리우스 쿨(Julius Kuhl)은 우리의 정서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PSI 이론(Personality Systems Interactions Theory)"을 통해 설명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 상태는 마치 뇌 안의 스위치처럼 작동하여 총 네 가지 심리 시스템 중 어떤 시스템이 작동할지를 결정합니다.
감정에 따라 작동하는 4가지 심리시스템

감정과 시스템의 작동 예시
① 프로젝트 준비 중
기분이 차분하고 집중되어 있다면, ‘의도 기억 시스템’이 작동해 할 일을 또렷하게 떠올리고 계획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② 발표 직전 자신감 충만할 때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감이 높으면, ‘직관적 행동 통제 시스템’이 작동해 준비하지 않은 말도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말 그대로 ‘감’으로 하는 순간입니다.
③ 이메일 실수 후 당황할 때
놀람, 불안, 당황스러움은 ‘대상 인식 시스템’을 켜 실수나 위기를 빠르게 인식하게 합니다. 다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자기비난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④ 밤에 혼자 실수를 돌아보는 시간
감정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면 ‘확장 기억 시스템’이 작동하여 그날의 경험을 의미 있게 정리하고, 자기 성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서는 행동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스위치’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심리적 스위치입니다.
그래서 코칭에서 정서 전환이 중요합니다
코칭에서 정서 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뇌 속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실수나 갈등 상황에서 강한 부정적인 감정(NA+)에 머물러 있으면, 우리는 자꾸 실수만 되새기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됩니다. 이럴 때는 자기 성찰이나 배움으로 이어지기 어렵죠.
하지만 이 감정이 조금 가라앉아 약한 부정 정서 상태(NA–)로 전환되면, 비로소 "내가 왜 그랬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 시스템이 작동하게 됩니다.
반대로, 의욕을 잃고 무기력한 상태(PA–)에 빠져 있다면, 아무리 머릿속으로는 해야 할 일을 알아도 손이 잘 가지 않죠.
이때 감정이 회복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올라오는 상태(PA+)가 되면, 몸이 먼저 움직이고, '감'으로 행동이 나오는 직관적 실행 시스템이 켜지게 됩니다.
이처럼 코칭은 단순히 행동을 지시하거나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정서의 기초’를 다지는 일입니다.
정서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정서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심리적 스위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스위치를, 때론 대화로, 때론 기다림으로, 때론 질문 하나로 켤 수 있습니다.
코칭은 바로 그 스위치를 함께 찾아내고, 켜주는 여정입니다.

임은정 | 코칭심리학 박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