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너무 정신없는데요? 그래프 크기 좀 줄이세요.”
“자료 좋네요. 그런데 이 그래프는 살짝 줄이면 더 눈에 잘 들어올 것 같아요.”

두 문장은 모두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지적처럼 들리고, 후자는 조언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말을 전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그 말을 건네는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이거 너무 정신없는데요? 그래프 크기 좀 줄이세요.”라는 말을,
나와 아주 친밀한 관계의 동료가 했을 때와 얼굴만 겨우 알고 있는 옆 부서 동료가 했을 때를떠올려 봅시다. 어떤 생각이 드나요? 친한 동료가 말했을 때는 '그런가? 좀 줄여볼까?'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친하지 않은 동료가 말할 때는 반발심부터 들게 됩니다. '친밀감'이라는 요소가, 상대방에게 전하는 말을 ‘변화로 이어지는 대화’로 이끌지, 혹은 ‘서운함만 남기는 말’로 남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대화를 잘 이끌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특히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고 해서 대화가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말을 건네기 전에 먼저 사람이 보여야 합니다.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고, 경계를 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말에 힘이 생기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마음이 열려야 생각이 움직이고,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따라옵니다.

같은 말이라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친밀감을 높이는 유용한 대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미러링과 페이싱입니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엽니다. 말투가 비슷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타이밍이 자연스럽게 맞을 때, 정서적인 동조가 생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미러링(Mirroring)’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의 표정, 몸짓, 말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억지로 흉내 내라는 뜻이 아니라, 진심으로 집중하다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반응은 상대에게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 줍니다.

페이싱(Pacing)’ 역시 중요한 기술입니다. 상대의 속도에 걸음을 맞추는 일입니다. 상대가 천천히 말하면 나도 속도를 늦추고, 감정이 격할 때는 그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공감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대화를 한층 유연하게 만듭니다. 말이 부드럽게 흐르고, 그 안에서 신뢰가 형성됩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것은 방법으로써의 기술이 아니라 '의도'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이해하려 한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55%에 달합니다. 상대방과의 눈 맞춤, 몸짓, 목소리의 톤과 속도 등을 자연스럽게 조율하는 것은 신뢰와 안정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도 친밀감을 높이는 말을 더 자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친밀한 관계의 사람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건네기 전에 잠시 멈춰 상대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게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훨씬 부드럽고 깊어집니다. 그럴 때, 내가 전하는 말과 진심은 더욱 강력하게 전달될 것입니다.

최경희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코칭전공 석사, K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