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나면 많은 학생이 점수표를 기준 삼아 진학 전략을 짠다. 마치 성적이 모든 선택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것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진로를 점수에 맞춰 끼워 넣는 방식은 여전히 많은 한계를 드러낸다. 시험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 앞으로의 수년을 책임질 기준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보면, 점수보다 방향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변의 조언, 합격 가능성, 불안감 등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생각의 중심이 쉽게 흔들린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코칭적 접근이다. 코칭의 핵심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의 동기와 가능성을 명확히 보도록 돕는 데 있다.

학생들은 “무엇을 잘할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더 자주 꺼낸다. 성적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자신의 관심과 욕구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수능 결과에 실망한 학생도,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은 학생도 마찬가지다. 방향을 먼저 찾지 않으면 선택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결국 합격 가능성만을 좇는 전략으로 흘러가게 된다.

평소에는 진로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수능이 끝난 지금이야말로 삶의 목표와 진학 선택을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실제로 관심 분야를 명확히 정리한 학생은 지원 전략을 결정할 때도 여유가 있다. 감정적 동요가 줄어들고, 지원 대학 간의 우선순위도 뚜렷해진다.

코칭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선택 이후의 과정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진학은 입학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공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힘, 직업적 비전을 넓히는 시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요소들은 시험 점수와는 별개의 영역이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을 기준으로 진로를 세운 학생은 학업 지속성과 전공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수능 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금 걱정되고 혼란스러운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점수표만 들여다보면 선택의 폭은 금세 좁아진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 것이 진로 결정의 출발점이다. 코칭은 이 질문들을 차분히 정리하도록 돕는 과정이며,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정리의 시간이다.

입시는 단기 전략이지만 진로는 장기 여정이다. 이제는 시험 점수에 종속된 선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의 의지와 호기심을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변화의 첫걸음은, 수능 직후의 이 시기에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코칭이며, 교육의 목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최경희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코칭전공 석사, KPC)